코로나19가 인류의 소통 패러다임을 대면(contact)에서 비대면(untact)으로 바꾸었다.
급속한 노령화 문제 속에서 지속적인 번영을 위해 국가와 지역 간 자유로운 이동을 추진했던 인류는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국가 간 물리적 교류의 문을 닫고 있다.
경제 대국인 미국과 일본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고, 하나의 공동체를 추진하던 유럽은 제각기 살길을 찾기 시작하였다.
이런 비대면이라는 사회, 경제적 환경변화에 새롭게 주목받는 기술이 화상회의와 온라인교육 기술이다.
사실 화상회의나 온라인교육 기술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1964년 세계박람회에 화상회의가 등장했다. 이후 1970년 미국 통신기업 AT&T가 상용화하고, 2000년대 들어와 시스코, 폴리콤 등 글로벌기업이 지속해서 신기술과 보완기술을 개발해왔다.
온라인교육 기술 또한 1990년대 말 인터넷이 보편화 되면서 미국의 블랙보드라는 중소기업이 신기술로 시장을 선점했다. 이어 스타트업인 줌비디오 커뮤니케이션의 줌, 시스코의웹엑스, 구글의 구글클라스 같은 기술들이 시장을 발전시켜왔다.
이렇듯 시스코와 구글 등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기술분야에서도 지속적인 우위를 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를 ‘전략적 니치 관리(Strategic Niche Management)’이론으로 설명해 볼 수 있다.
서울대 박상욱교수는 니치(Niche)를 새로운 기술 기반 분야로 정의한다. 기존 사회-기술적 시대의 주요 행위자들은 종종 신기술에 기반한 니치에 비우호적이기도 하고, 심지어 기존 시대를 수성하려고도 한다는 것이다.
즉 전략적 니치 관리 이론은 사전에 기업이나 정부가 다양하고 새로운 분야에 R&D를 꾸준히 지원 및 관리하다가, 기존 사회-경제적 시대의 변화 또는 변화의 조짐이 생기면 그에 적합한 니치를 확산하여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는 이런 기회가 없는 것인가? 돌아보면, 지난 40년간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은 알게 모르게 전략적 니치 관리를 해왔다.
정부가 1982년 의욕적으로 추진한 최초의 대형 R&D사업인 특정연구개발사업은 반도체 기술개발 등을 지원하여 당시 국제적으로는 이름 없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글로벌기업이 될 수 있는 초석이 되었다.
나아가 정부가 1995년부터 추진한 ICT R&D지원사업으로 네이버와 NC소프트 같은 스타트업이 글로벌 ICT기업과 경쟁하게 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선진국을 잘 벤치마킹한 추격형 R&D전략이 주요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대한민국에게 새로운 혁신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정부가 전략적 니치 관리를 통한 혁신성장을 정책 방향으로 잡기 바라면서, 지면상 필자는 두 가지 정책을 제안한다.
먼저, 정부는 비대면 시대의 니치가 될 수 있는 다양한 기초원천 R&D를 지속적으로 지원하여, 사회-경제적 레짐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불확실성과 예기치 못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여 정부가 선제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꾸준히 R&D지원을 한다면, 코로나 19와 같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 기존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개발한 니치에 대한 지원이다. 최근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적인 기술개발이 소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대전 소재 트위니는 나르고와 따르고와 같은 실내 자율주행로봇을 코로나19 대응 의료현장에 기부하여 주목을 받았다.
또한, 서울 소재 중소기업인 퀸텟시스템즈는 아이시그널과 CALS같이 클라우드 기반의 SW 자동개발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여 개발자뿐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업무전문가들이 비대면으로 손쉽게 어플리케이션을 설계하고, 테스트 및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인류는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마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이를 극복해 왔다. 우리나라 국민과 정부 모두 힘을 합쳐 코로나19 위기를 혁신성장의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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